11월 22일 통과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개정된 저작권법(이하 저작권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에서는 오해로, 트위터에서는 괴담으로 치부했다.
과연 그럴까. 정부가 ’오해다’, ‘괴담이다’라고 항변해야 했던 조항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인접권 부활은 위헌 소지 다분
저작권법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보호기간이 20년이던 저작물의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을 50년으로 연장하며, 보호기간이 만료한 저작물의 저작인접권을 부활했다.
지금까지 1987년 7월1일부터 1994년 6월30일 발생한 저작물의 저작인접권은 20년이었다.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인접권이 20년으로 설정된 저작물도 1994년 7월1일 이후에 발생한 저작인접권과 같은 수준인 50년으로 설정했다.
저작권법 부칙 <제11110호, 2011.12.2>제4조(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의 특례) ① 제3조에도 불구하고 법률 제8101호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 부칙 제2조제3항의 개정규정에 따라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은 1994년 7월 1일 시행된 법률 제4717호 저작권법중개정법률(이하 이 조에서 “같은 법”이라 한다) 제70조의 개정규정에 따라 그 발생한 때의 다음 해부터 기산하여 50년간 존속한다.
② 같은 법 부칙 제3항에 따라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 중 이 법 시행 전에 종전 법(법률 제4717호 저작권법중개정법률 시행 전의 저작권법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따른 보호기간 20년이 경과되어 소멸된 저작인접권은 이 법 시행일부터 회복되어 저작인접권자에게 귀속된다. 이 경우 그 저작인접권은 처음 발생한 때의 다음 해부터 기산하여 50년간 존속하는 것으로 하여 보호되었더라면 인정되었을 보호기간의 잔여기간 동안 존속한다.
④ 제2항에 따른 저작인접권이 종전 법에 따라 소멸된 후에 해당 실연·음반·방송을 이용하여 이 법 시행 전에 제작한 복제물은 이 법 시행 후 2년 동안 저작인접권자의 허락 없이 계속 배포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11월22일 국회에서 통과되며 한미FTA 이행 법안 14개 중 하나로 분류됐지만, 저작인접권을 부활한 저작권법 제4조는 사실 한미FTA와는 무관하다. 이 조항은 한선교 의원이 2011년 3월25일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됐으나, 당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은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제2항을 위반하여 이용자 및 온라인음원사업자 등의 재산적 지위를 박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내용은 2008년 정부가 발의한 한미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미FTA 협정 제18.1조 제10항을 따르면, “이 협정의 발효일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 대상물에 관한 보호를 회복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개정안은 법 시행 후 2년 동안은 저작인접권자의 허락없이 계속 배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온라인에는 판매하고 나눠주는 배포뿐 아니라 스트리밍 감상 등 이용이 다양하게 있어 2년 배포를 허용한 게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저작인접권이 만료한 음악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했는데 온라인으로 상영해 왔다면, 법 시행에 맞춰 저작인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작인접권이 만료된 저작물을 활용한 서비스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처했다.
이렇게 법을 개정하며 이미 적법한 행위로 판단한 행위에 대해 사후에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을 소급입법이라고 한다. 이는 헌법 제13조에서 금지하는 행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1월25일 공개한 언론보도해명 자료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불합리하게 차별되고 있는 이 시기 음반에 대한 충분한 보호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11월25일 해명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제13조 ②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저작인접권이 소멸했으나, 저작권법 개정안 덕분에 저작인접권이 살아나는 주요 음원으로는 약 5천개 음반과 5만6천여 곡이 있다. 이문세 ‘사랑이 지나가면’, 이선희 ‘나 항상 그대를’, 사랑과 평화 ‘울고 싶어라’, 신승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김건모 ‘핑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보다 이용자를 더 옥죄는 국내 저작권법
한미FTA 협정을 따르기 위해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한미FTA 협정 내용에 맞게 자국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도 행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허락했다. 결국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최소 3개 조항이 미국보다 이용자 권익을 줄인 모양새가 됐다.
■ 일시적 저장
한미FTA 협정 내용을 보면, “각 당사국은, 저작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가 어떠한 방식이나 형태로,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의 저작물·실연한 음반 및 음반의 모든 복제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협정에 따라 국내에서는 저작권법에 복제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정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제35조의2(저작물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일시적 저장’이라며 복제의 개념에 포함했다. 협정에는 ‘일시적으로’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실제 미국 저작권법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명확하게 포함하고 있지 않다.
미국 저작권법과 판례를 살펴보자.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는 복제물은 저작물이 고정된 유형물이고, 고정이란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 동안 복제물의 구현을 지각하거나 복제하거나 기타 전달할 수 있는 경우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의 판례를 보면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 연방고등법원은 방송 콘텐츠를 버퍼 메모리에 1.2초 저장한 행위에 대해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 말하는 고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냈다. 이판례에 앞서 1993년에는 컴퓨터 램에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로딩하는 게 복제물의 생성이라는 판결을 낸 일이 있다.
사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컴퓨터에서는 매 시간 저장 행위가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저작권법은 제35조의2에서 일시적 저장 행위 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사항을 밝혔다. 하지만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아 혼란만 가중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35조의2가 말하는 ‘컴퓨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기를 말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 검색 등 정상적인 저작물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은“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내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과 ‘정상적인’ 저작물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는 허용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허용하겠다는 근거가 ‘모호하다’라고 지적받은 문구라는 점에서 명쾌하지 못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트위터에서 12월7일 작성한 내용(위, 아래)
■ 기술적 보호조치
개정된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2항은 다음과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홍보, 광고 또는 판촉되는 것
2.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 외에는 제한적으로 상업적인 목적 또는 용도만 있는 것
3.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고안, 제작, 개조되거나 기능하는 것
위 내용은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를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이다. 해당 조항의 내용을 추려보면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를 목적으로, 홍보, 광고 또는 마케팅하는 것,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고안, 제작되거나 기능하는 것”에 대해 형사 절차 및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는 미국 저작권법은 협정의 내용보다 범위를 좁게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저작권법은 우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술조치를 우회한(기술조치의 우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저작권법과 비교했을 때 한미FTA 협정문과 국내 저작권법이 더 포괄적으로 저작권 침해 사항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국내 저작권법을 실제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지만, 침해할 목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법 위반으로 본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를 문제로 삼지만 말이다. 또한, 협정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미국 저작권법은 만들어진 장치와 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테면 특정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가 DRM을 무력화하는 데 쓰였다는 이유로 저작권법에 위반 혐의를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만들었다고 해도 말이다. 지금의 저작권법은 충분히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쓰여있다.
▲사진 : CC코리아(http://www.flickr.com/photos/wowcckorea/sets/72157628242793749) CC BY.
■ 위조 서류와 포장
한미 양국은 협정 제18.10조 제28항을 통해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면 형사 절차가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이때 해당 물품뿐 아니라 위조 라벨과 불법 라벨을 밀거래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도록 의무화했다.
국내 저작권법은 이 협정 내용을 따르고자 제104조의5에서 불법 복제물에 라벨을 부착하고 위조된 문서 또는 포장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반면 미국 형법 제2318조는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인 경우에만 형사 절차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협정의 내용에 맞게 법을 한 상황도 아니다.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FTA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을 개정했으나, 미국 행정부는 위조 서류와 포장에 대한 내용 때문에 미국 형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 또한 미 행정부의 조처에 대해 승인했다.
협정문에 없고 미국도 하지 않는데 우리만 ‘필터링 의무화’
저작권법 제104조를 보면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P2P, 웹하드 업체)로 하여금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필터링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104조(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의 의무 등)
① 다른 사람들 상호 간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하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라 한다)는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저작물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권리자의 요청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범위를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위 법 조항은 서비스 제공자가 항시적으로 이용자의 행위를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서비스 제공자에는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항으로 볼 수 있다.
한미FTA 협정문은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필터링을 의무화하진 않았다. 미국도 이러한 조처를 내리지 않았는데 국내에서만 필터링을 의무화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서울 동자동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원에서 공개설명회를 12월14일 오전 10시에 1시간 동안 개최할 예정이다. “개정 저작권법에 포함된 여러 내용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하는 게 설명회를 여는 목적이라는데 개정 전에 열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
참고한 자료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일선 판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청원안에 100여명이 동조하는 등 사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페이스북에 비판글을 올려 논란을 촉발시킨 인천지법 최은배(45·사법연수원 22기) 부장판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조항은 사법 주권의 침해소지가 있다"며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장판사는 "현행법상으로는 (투자 분쟁에 대해) 직접보상의 원칙 안에서 직접 들였던 비용만 보상을 하게 돼 있다"며 "향후 생길 수 있는 수익까지 다 계산을 해서 주지도 않을 뿐더러 문제는 우리 법원이 (관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직후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논쟁에 불을 당겼다.
창원지법 이정렬(42·23기) 부장판사도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ISD 조항의 문제점을 강변했다. 그는 최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할 당시 그를 옹호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미국 투자자가 협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해서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이때 당연히 우리 법원이 재판권을 가져야 하지만 엉뚱하게 제3의 중재기구에 관할권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이는 대한민국 주권인 사법권을 대한민국 법원이 아닌 외국 중재기관에 넘기는 것은, 주권을 판, 나라를 판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 문제는 법률가인 판사들에게는 본연의 업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지법 김하늘(43·22기) 부장판사도 전날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한-미 FTA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그의 뜻에 동의하는 판사는 벌써 100명이 넘었다.
그는 '(제안)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설치를 대법원장님께 청원하기 위해 판사님들의 동의를 구합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여러가지 점에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이런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이제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 치의 이의도 없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kim9416@newsis.com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pID=10200&cID=10201&ar_id=NISX20111202_0009906003
여긴 이런 말 하는거 막지 않겠지.......... 말 할 곳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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